꽃다운 누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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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문학박사 허 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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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같은 소리
무슨 날벼락 같은 통곡.
1933년 양력 6월 4일 태어나
17살 1950년 12월 1일에 혼인하고
아직도 예쁜 청춘의 나이 26살밖에 안 되었는데,
오늘 1960년 2월 27일
나의 누나
이 세상 덧없이 떠났다고 그러네.
한 맺히게 떠난 나의 누나 어이할꼬.
우리 가족의 기막힌 슬픔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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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자라 누나의 희생 어린 우애에
기쁨의 꽃다발 바쳐야 할 일 태산처럼 많은데,
그 날의 기쁨들 기다리지도 못하고
나의 누나 비통하게 떠났네.
누나야, 누나야,
슬픈 누나야.
누나야, 누나야,
내 애끊는 슬픈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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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재주
지극한 효심
내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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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일제 강점기
아버지가 항일 활동하던 매서운 일본 땅에서
어린 나이로 어머니에게 일본말 통역 잘 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똑똑하다는 평 듣던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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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압박 말기 아버지가 강제 징병되어
시가켄(滋賀縣) 훈련소 병실에 누웠을 적
일본인 군의관 우두머리 군의장에게
“아저씨도 고향에는 보고 싶은 가족이 있겠지요?
우리 아기동생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아빠, 아빠.’ 하고 부른답니다.
우리 아버지 어서 우리 집으로 보내 주셔요.”
그리도 당차게 말하여 군의장을
감동시켰던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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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부(京都府) 구세군(久世郡)
오쿠보(大久保) 심상소학교 3학년
교사는 누나의 글재주에 놀라
동네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집 대문에 누나의 글을 붙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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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에 조국 고향에 돌아오고,
수예 솜씨도 뛰어나
혼인집 수예품들은 누나의 손결로 아름다웠지.
혼인 후에는 옷 맞춤 재봉틀 솜씨 칭찬도 자자했단다.
두 돌도 채 안 된 귀여운 첫 딸
난 지 다섯 달 될락 말락 둘째 딸
그렇게 어리게 남겨두고
누나는 어이 눈을 감았을까.
처녀 시절 가난에 시달려
한 술 밥도 힘들던 시절
누나는 밥상 앞에 앉아 숟갈도 들지 않고
부엌에서 배불리 먹었다며 한사코 끼니 사양하며
두 동생 한 숟갈이라도 더 먹기를 바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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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 누나야,
슬픈 누나야.
누나야, 누나야,
내 애끊는 슬픈 누나야.
스물여섯 살 꽃다운 나이의 누나야.
<1960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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