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 시 67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시) 침묵

침묵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침묵은소리 내어 웃지도 울지도 않지만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말없이 무한한 하늘 공간에는별의 빛도 침묵에서 나오고어둠의 신비도 거기서 나온다. 사막은 말이 없지만낙타를 사랑하게 하고남극은 말없는 얼음 대륙이지만미끄러운 고독을 탄생시킨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말없이 활짝 핀 봄꽃으로 달려가고고추잠자리는 말없는 가을 햇살을 즐긴다. 나는 지금눈도 감고 호흡도 가다듬어침묵의 문을 열어 깊은 진리의 소리를 찾는다.침묵은 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침묵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 출전: 2025년 5·6월호(통권185호) 265~266쪽 (발행 국제PEN한국본부, 서울. 2025. 5. 23.)

나의 창작 시 2025.06.17

(시인 허만길 시) 가르침의 들

가르침의 들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아직 가르침이 없을 때사람은 길이 없는황량한 들에황량한 모습으로 있을 뿐이다. 길 없는 들을사슴이 뛰고표범이 서로 으르렁거리듯아직 가르침이 없을 때사람도 그 한 무리로 거의 그렇게 있을 뿐이다. 민둥벌판에언제 메마를지도 모를야생과일을 달고 큰맛으로 가꾼다면얼마나 값진 일이랴.철없는 야생마를어엿한 준마로 키운다면얼마나 힘든 일이랴. 황량한 들에가르침의 샘물 부지런히 일구면서황량한 모습의 사람에게가르침의 샘물 흠뻑 축여사람으로서의 사람 기르는 이 있다면얼마나 좋은 일이랴.힘든 일이지만 얼마나 복된 일이랴. 사람이 사람을 기르는 일은 내가 먼저가르침의 샘물 넉넉히 지녀야 할 일이기에내가 먼저 가르침의 넉넉한 들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기르는 일은배우는 이가 스스로 ..

나의 창작 시 2025.05.03

(시인 허만길 시) 깨달음의 신비

깨달음의 신비 시인 허만길 네가 아는 만큼만사랑인 줄 알고 네가 아는 만큼만행복인 줄 알고 네가 아는 만큼만하늘인 줄 아는가. 네 작은 손바닥만 한 지식과 믿음으로어찌 보이지 않는더 많은 우주와 영원을 고집으로 묻어 버리려 하는가. 아직 찾지 못했던 길아직 몰랐던 길망망한 어둠 너머밝고 환한 본질의 천지이상의 천지, 궁극의 천지영원 절대의 진리 거기 열려 있는데. 진실로 깨달음을 여는 순간진실로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 진실로 큰진리를 여는 순간진실로 큰진리에 이르는 순간 문득 온 우주번쩍임으로 가득 퍼지고환희의 감탄, 환희의 법열신비의 감응, 신비의 축복내게는 온통 눈부시게 쏟아진다.---------* 출전: 허만길 시집 (발행 푸른사상사, 서울. 2004)

나의 창작 시 2025.05.03

(허만길 시 / 김용재 번역 시) 젊은 날의 4.19혁명

허만길 시 ‘젊은 날의 4.19혁명’과 김용재 번역 시 시인(문학박사) 허만길은 17살(1960년) 진주사범학교 학생회위원장 겸 학도호국단운영위원장으로서 진주의 4.19혁명을 앞장서서 이끌었으며, 진주극장 앞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선언문을 낭독하였다. 그리고 ‘4.19혁명 60주년 기념 특별기고’로 월간 『한국국보문학』 2020년 4월호(서울)에 35쪽 분량의 논문 ‘진주의 4.19혁명 상황과 허만길의 선언문 회고’를 발표하여, 충절의 도시 진주의 역사 자료로 남게 하였으며, 문단과 진주 시민과 신문과 방송의 큰 관심을 모았다. 허만길은 논문에서 4.19혁명의 발단과 일반적인 진행 과정을 소개하고서, 진주의 4.19혁명 진행 상황을 날짜별로 상세히 기술했다. 그동안 잊어진 진주의 4.19혁명 상황이 허만길..

나의 창작 시 2025.04.19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시드니의 밤

시드니의 밤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한 잔 붉은 포도주 마주 놓고처음 사랑에 취한 연인들의 피처럼시드니의 밤은 밤마다 새로운 황홀과 신선한 충격이 끓는다. 하버 브리지 그 단정하고 요염하게 벌린 장미빛 다리 사이로 남태평양의 온갖 밤의 그리움은 목마르게 밀려오고,저녁마다 면사포 가린 얼굴로선녀를 꿈꾸는 오페라 하우스는유혹의 늪 눈감으려는 듯차라리 조갯살 등 드러낸 채 남십자성 별빛만 마신다. 뜨겁게 태양의 젖 들이켜던 거친 파도들 찬란한 밤하늘 얼싸안고 춤추고,어떤 여인은 호화의 유람선 창가에로 탐스러운 육체 차갑게 식힌다. 하얀 건물 안에는 은은한 불빛 그림자꽃뱀처럼 살랑이고,한 잔 붉은 포도주 마주 놓고처음 사랑에 취한 연인들의 피처럼오늘도 시드니의 밤은 새로운 황홀과 신선한 충격이 끓는다.(1..

나의 창작 시 2025.04.07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시) 초겨울의 미션베이

초겨울의 미션 베이     시인/문학박사 허 만 길  뉴질랜드 북부 미션 만 해변한 동양인 젊은 아낙네 눈에초겨울 가랑비가 차갑게 젖는다. 내 사는 서울 땅 어느 곳에서왔을지도 모를여인의 뜨개질 손끝에시름은 차곡차곡 수놓이고아름다운 미션 만 해변 모래알에천 갈래 만 갈래 그리움이 스친다.  하얀 파도자락 앞뜨거운 입맞춤의 금발의 미녀는 여름 소나기처럼 시원스러운데훨훨 날으는 갈매기 울음은망향의 여인 손닿지 못할 무지개화려하게 띄운다.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끝없는 태평양은 안개 빛 추억만 아득하고하얀 벤치 위 뜨개질 여인의 꺼칠한 피부에는자꾸만 초겨울 가랑비가 차가이 스민다. 미션 베이, 미션 베이​하얀 파도자락은 금발의 미녀를 불태우는데망향의 여인에겐 한없이 차가운미션 베이, 미션 베이 초겨울 한없이 차가..

나의 창작 시 2025.04.07

(문학박사/시인 허만길 시) 난우회를 기리며

월간 2025년 5월호(도서출판 국보, 서울) 난우회를 기리며 문학박사/시인 허만길 그대들은 1960년 4.19 민주혁명 함께 일어서던 진주사범학교 3학년 여학생들이었지요.청순하디청순한 모습이었어요. 나는 남자 동문으로서 학생회위원장이었지요. 스승의 길 닦기 위해국립고등학교 과정에 수재들로 모였던 꿈 반짝이던 얼굴들1961년 3월 20일 218명이 졸업하였지요.​남학생들은 송반, 죽반, 매반여학생들은 난반​그대들은 ‘난’이라는 한 이름으로한 교실, 한 배움벗을 맺기 삼 년 열대여섯일곱 살별빛처럼 맑은 눈빛꽃빛처럼 고운 순정눈부신 젊음의 그 아름다움 졸업 후에 그대들은스승님들의 따뜻한 가르침과웅장한 교문과 푸른 기상의 나무들과아늑한 교실과 너른 운동장과오르간 연습하던 음악당과노랗게 보리 익던 평화로운 ..

나의 창작 시 2025.03.29

(허만길 시) 새해가 온다(한국국보문학 2025년 1월호 초대 시)

새해가 온다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새해가 온다.누구라도 찾아가겠다 한다. 어디라도 찾아가겠다 한다. 누구에게나 어디에나복주머니 사랑주머니 들고찾아가겠다 한다.선물하겠다 한다. 나는 누웠다 앉았다 잠들지 못하다가새 옷 단정히 입고새벽이 오기 전부터새해를 기다리고새해를 마중하였다. 새해의 따스한 손 마주 잡으니온 하늘은 눈부시게 밝게 아름답고사람과 바람과 나무와 물소리와 새소리온갖 하나하나에 빠지지 않고새해의 복과 사랑이 퍼져 넘쳤다. 온갖 하나하나에푸른 소망이 이루어지는 싹이 트느라 바쁘고 바빴다. ■ 허만길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 석사. 홍익대학교 문학박사.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수필가. 1971년 복합문학(Complex Literature) 창시.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

나의 창작 시 2024.12.31

(허만길 시) 함박눈

함박눈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연주황빛 복주머니 웃음 같은달이 만든 그 빛줄 따라한밤에 눈이 내렸다. 꿈꾸는 사람들의 꿈이 무거울까 봐,하늘거리는 가벼움으로 내렸다. 꽃사슴 눈빛처럼 착한 꽃잎으로세상 아픔 다 잠재우며꿈이 포근한 쌓인 함박눈 * 출전: (1) 서울특별시 지하철역 승강장 게시(2015년 12월부터 3년간). (2) (발행 도서출판 책나라, 서울. 2018). (3) 허만길 시집 (발행 책과 나무, 서울. 2023) 등* 시 ‘함박눈’은 김인영(Kim In-young) 문학 박사(국제PEN한국본부 번역위원회 위원)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어 『Poetry Korea, Volume 8. 2019』에 수록되었다.  Large Snowflakes                 Hur Man-gil ..

나의 창작 시 2024.11.27

(허만길 시) 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

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달 밝은 한적한 밤이면어느 궁녀 신필가와구름에 앉아 거문고 들으며배우고 익히고 의논하고 연구하였는가. 한 글자 한 글자단정하고 우아하고예쁘게 앉아지금이라도 사뿐히 일어서서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올 듯이아름다운 모습 곱고 맑게 흐르는 물결처럼봄 하늘 춤추는 새 소리처럼굽이굽이 이어지는 글귀말하고자 하는 품은 뜻은또한 어찌 그리 가슴 울리는가. 옛 정취 그윽한 서울 인사동 거리 서성이니새별 이성숙 한글 명필 묵향별빛 하늘 오르며 나부낀다.​※ 출전: 월간 한국국보문학 2023년 9월호

나의 창작 시 20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