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침묵은소리 내어 웃지도 울지도 않지만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말없이 무한한 하늘 공간에는별의 빛도 침묵에서 나오고어둠의 신비도 거기서 나온다. 사막은 말이 없지만낙타를 사랑하게 하고남극은 말없는 얼음 대륙이지만미끄러운 고독을 탄생시킨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말없이 활짝 핀 봄꽃으로 달려가고고추잠자리는 말없는 가을 햇살을 즐긴다. 나는 지금눈도 감고 호흡도 가다듬어침묵의 문을 열어 깊은 진리의 소리를 찾는다.침묵은 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침묵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 출전: 2025년 5·6월호(통권185호) 265~266쪽 (발행 국제PEN한국본부, 서울. 2025.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