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 시

(시) 10월 해운대 소원 마당 (시인 허만길)

별다홍 2016. 12. 4. 10:29

10월 해운대 소원 마당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스산한 10월 넷째 일요일 한낮

가물거리는 해운대 수평선 앞

윤나는 은빛 모래밭에

두 손 모아 앉았습니다.

바람막이 속 촛불 하나

간절한 마음 서서히 태웁니다.

 

고치기 어려운 병 고치러

긴 시간 서울 간

연인의 밝은 웃음 되찾고자

자주 앉았던

그 모습의 기도입니다.

 

외로운 갈매기가

아프게 쓰리게

하얀 꽃 같은 울음

가늘게 파도 위에 뿌립니다.

허공에 발 헛디딘 곡예사처럼

절망의 눈시울 희미한 연인이

바로 종이 한 장 앞에서

넘어질 듯 힘없이 고개 숙입니다.

 

아니야, 착각이야.

그대, 제발 일어나세요.

일어나야 해요.

해운대여, 힘을 주세요.

도와주세요.

우리에게 만남의

춤출 무대 아낌없이 내어 주세요.

 

어느덧 하늘과 바다는

고요한 별과 달과 바람의

영혼을 부르고

영혼은 기적의 꽃잎을 피울 듯합니다.

안개 같은 알 수 없는 기운이

윤나의 머리카락을

봄날처럼 부풀게 합니다.

 

윤나, 내가 왔어.

기어이 이겨냈어. 이제 다 나았대.”

익숙한 연인의 활기찬 향기의 목소리.

윤나와 연인의 승리와 만남의 춤이

하늘도 바다도 웃는

별도 달도 바람도 춤추는

새빨간 가을꽃으로 피어났습니다.

 

해마다 시월이면

우리는 암의 승리자글귀 휘날리며

모래밭 뛰놀던

세 여인들이 다가왔습니다.

아픔과 이별을 이긴

수많은 사연 서린 불꽃 송이들이

해운대의 심장을 가득 밝혔습니다.

온갖 소원 이루려는

갸륵한 불꽃 송이들도 빛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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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월간 순수문학201610월호 63-65(발행 월간 순수문학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