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 시

(허만길 시) 의령 가례

별다홍 2014. 9. 22. 14:41

의령 가례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아득한 선사 시대

사람 발자국 그윽하던 곳.

 

예촌 허원보(許元輔) 선생 아름답게 예() 밝히며

좋은 고장 만들고자

가례(嘉禮)라 이름 했다는 땅.

그 단단한 마음 굳게 지니려

자신의 호()도 그 끝 글자 따서

예촌(禮村)이라 하였네.

스스로 백암(白巖) 정자 현판 걸어

곳곳에서 모인 뭇 선비

뭇 벼슬아치 깊이 사귀며,

숲처럼 무성하던 학문이며

물굽이 술잔 띄워 시 읊던 낭만이며

지금도 생생이 달빛에 서린다.

 

퇴계 이황 선생

예촌 선생의 손녀 남편 되니,

가례의 학문과 시 꽃에 꽃을 피워

그 향기 더욱 깊고 멀고 야단스러웠네.

그 시절 산골짜기 아름답고 물 좋던 바위

가례동천(嘉禮洞天) 한자로 남긴 글자

아직도 퇴계 선생 숨결 고이 담으니,

가례의 동천이라는 뜻이요

동천은 예부터 산과 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을 뜻하는 말이네.

 

예촌 선생의 또 한 손녀

어린 곽재우의 세 살 적부터 어머니 되어

나라 구할 의병 장군 큰 인물 길러 내고

직접 낳은 두 아들 의병 활동 눈부셨네.

예촌 선생 증손자

무과 급제 허언심(許彦深) 의병 장령

곽재우 장군의 매부였으니

장군의 가족 돌보며 번개처럼 싸우고

의병 군량 수천 석에

많고 많은 전투 자금 뒷받침하였네.

 

예촌 선생의 증손녀 남편 오운(吳澐) 의병 장령

백령에서 의병 모아 곽재우 장군과 힘 합치고

정유재란에도 큰 공 세워

권율 장군 치하 받으며 높은 벼슬 값졌네.

예촌 선생의 또 한 증손녀 남편 박녹(朴漉) 의병장

고향 경북 영주 사람들과 어울려

높은 전공 세우고 의금부도사 지냈네.

예촌 선생 외증손자 퇴휴헌 박서휘(朴瑞輝) 선생

곽재우 장군과 가례 고금정 올라

굳은 충의 약속하며 주고받던 시

긴 세월토록 가슴 두드리네.

 

평화로울 때

예와 학문과 시 해처럼 밝고

나라의 위기에 몸과 재산 아끼지 않았던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역사의 땅, 의령 가례.

그 거룩한 의미 살리고 살려, 잇고 이어

나날이 다시금 반짝이는 영광이 되라.

의령 가례여, 의령 가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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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문화 제2310(발행 의령문화원, 경남 의령군 의령읍. 201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