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자락 시인 허만길 봄(*1990년)은 아직 저 멀리서 살얼음을 딛듯 조심조심 그 버선발을 딛고 있는가 보다. 아련히 누에처럼 엎드린 남산의 못다 녹은 눈에 금방이라도 찬바람이 일 것만 같기도 했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이 시간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어야 할 아내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왜 아직 출발하지 않았지요?” 병원에 갈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어머니의 손등이 더 고통스러우실 것 같은 생각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침 드신 후에 더운 물찜질을 계속하고 물파스를 발라 드렸더니, 통증도 덜하고 부기도 제법 빠졌어요. 어머님이 이제 괜찮으시다면서 굳이 병원에 안 가시려고 해요.” 어머니는 평소 가족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을 꺼리시는 편인지라 혹시나 병원 가시는 게 가족들을 번거롭..